아마도 그곳은 인도 변두리 허름한 시장인 것 같다. 역사는 아주 오래 되었지만, 문명이 발달하지는 않은 곳. 그런 곳에서는 인간의 상식을 벗어나는 기괴한 현상을 목도할 지도 모른다. 혹은 인간이 문명의 탑을 쌓아올린 바닥보다 훨씬 깊은 저 무저갱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무시무시한 위험성을 내포한 사물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다. 땀이 기름처럼 질질 흘러나온다. 시장 한 곳 허름한 식당, 냉장고도 기대할 수 없는 그런 식당에서 미지근한 음료수를 앞에 두고 두 사내가 거래를 하고 있다. 한 사람은 추레한 노인이다. 그는 물건을 파는 자이다. 식당 안에서도 그림자가 짙은 곳에 몸을 숨기듯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 또 한 사내는 젊고 잘 생겼지만, 뭔가 불길하고 위험한 성격이 드러난 얼굴이다. 그런 사내가 이웃에 있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사건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 어느 집 여자가 사내에게 유혹당해 퇴폐적인 쾌락에 빠지고, 누군가는 질투심을 주체하지 못해 시퍼런 칼을 들고 사내를 쫓고, 한밤에 비명이 울린다. 사내의 이름은 프랭크, 그는 핸섬하지만 위험하다. 그는 마약보다도 더 지독한 무엇인가를 갈구하고 있다. 사내가 노인에게서 구입한 것이 바로 그러한 물건이다.

큐브. 악마의 큐브.

사내는 집으로 돌아와서 비밀스런 의식을 거행하듯 큐브를 연다. 그리고 악령 수도사들의 방문을 받게 된다. 그 수도사들은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는데, 어디서든 큐브가 열리면 그곳에 나타난다. 인간의 상상을 벗어난 기이한 힘을 가진 자들. 그들이 큐브를 연 인간에게 선사하는 선물은 우주 공간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갈코리, 생살을 찢어놓는 갈코리와 칼, '서퍼'다. 순례자들의 우두머리 '핀헤드'의 입에서 나오는 발음 그대로 suffer, 그것은 고통을 의미한다. 



프랭크는 순례자들에게 끌려가서 모진 고통 속에 갈기갈기 찢긴다. 아마도 그곳이 지옥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그리고 순례자들은 지옥의 제왕 악마의 수하 악령들 같다.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징그러운 폐쇄 공포를 자아내는 영화다.

장면은 바뀐다.

프랭크가 죽은 그 집으로 프랭크의 형 래리와 그의 부인 줄리아가 이사온다. 래리에겐 전처와의 사이에서 딸 커스티가 있다. 

아마도 사람에게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이 제각각인데, 사람에 따라 비슷한 영혼을 지닌 자들이 있다고 한다면, 줄리아는 프랭크와 죽이 맞는 천생연분이다. 위험한 유부녀. 지극히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속에 있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여자. 얼굴에서 한 꺼풀 벗겨내면 무슨 짓이든 저지르고, 그 시뻘건 쾌락의 맛을 황홀경에 도취되어 음미할 여자. 

줄리아는 그 집에서 프랭크의 부름을 받고 다른 사내들을 유혹하여 집으로 끌고 와서 그의 먹잇감으로 던져준다. 프랭크는 지옥에서 살아돌아온다. 줄리아가 던져준 인간들을 뜯어먹고 제 몸을 되찾는다. 

급기야 프랭크는 자신의 친형인 래리를 죽이게 되고, 커스티마저 죽이려고 드는데...


커스티는 큐브를 들고 그 집을 탈출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큐브를 열게 되고, 악령 수도사들을 끌어들인다. 그곳에서 여타 다른 공포 영화와는 다른 재미를 관람자들에게 선사한다. 커스티가 악령들과 거래를 하는 것이다. 자기 대신 프랭크를 데려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결말을 이곳에 쓸 수는 없다. 그것은 직접 영화를 보게 될 관람자의 권리이다.
헬레이저는 이후로 계속 속편이 만들어졌을 만큼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핀헤드'는 최근 공포영화로 주가가 치솟았던 쏘우의 '직쏘'처럼, 대표적인 공포 캐릭터로 통한다. 물론 아쉽지만 헬레이저 시리즈 중에 핀헤드의 정체를 다룬 속편도 나와있다.
(영화스틸 출처 무비스트)


WRITTEN BY
에어헌터
다시 네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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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머리에 박힌 건 바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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