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카'에 해당하는 글 1건

 이 영화를 본 감상을 단 한마디로만 표현한다면, '강렬하다!'이다.

감독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완벽하게 만들고자 공들인 것이 보인다. 핸드카메라로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려서 보여주고, 동시에 그 어느 한 장면만은 인간의 삶에서 우리가 경험하기도 하는 것으로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한 순간을 담았는데, 그것이 영화의 제목으로 나왔다. 그 한 순간에 대해서는 종교, 신비주의, 운명 등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할 것이다.

예술영화인가 상업영화인가라는 선입견을 거두어도 좋다. 어렵게 보이는 것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지역의 문화가 우리에게 다소 낯선 부분이 있어서이다. 그러나 그 부분은 오히려 알고나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장점으로 변한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각본까지 썼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완벽하고 섬세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실화와 관련된 것인지에 대한 정보는 나와있지 않다.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는 언제나 완벽에 가까운 캐스팅을 보여주는데, 완벽한 캐스팅은 만드는 사람들이 영화 전체 이야기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영화에서 특히 두 명의 배우가 눈에 띈다. 주인공 말리크 역의 '타하 라힘'과 코르시카 갱 두목 루치아니 역의 '닐스 아르스트럽'이다.



타하 라힘은 한국의 조인성과 같은 빛깔의 카리스마를 풍긴다.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연인지 두 사람은 나이도 81년 7월생으로 같다. 갱두목 역의 닐스 아르스트럽은 눈길을 보내는 시선 하나만으로 관객을 화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강렬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주인공 말리크는 아랍인이고 고아이다. 말리크가 감옥에서 사건에 엮이는 과정은 프랑스의 문화배경에 대한 몇 가지 사전이해가 필요하다. 프랑스는 주된 민족이 라틴계인데, 유럽에서 아랍인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예전 프랑스 식민지와 이민 정책 때문이라고 하는데 약 700만 명이라고 하니 프랑스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정도다. 최근 프랑스는 아랍인 범죄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기사가 가끔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지방자치가 우리나라보다 더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본토에 22개의 레종이 있고, 그 레종은 우리나라에서 시와 도 사이의 중간 크기로 상당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레종 중에 코르시카란 섬이 있는데, 이탈리아와 프랑스 사이에 있는 섬이다. 기원 전까지 역사가 거슬러올라가는 오래된 지역으로 18세기에 프랑스가 이탈리아 제노바에게서 돈을 주고 산 섬이다. 코르시카는 아랍제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역사도 있다. 코르시카에는 프랑스어 외에 독자적인 언어가 있고, 아랍인과는 서로 적대시할 만큼 사이가 좋지 않다.

말리크는 경찰 폭행 등으로 6년형을 받은 죄수인데, 미성년이었다가 성년이 되면서 성인 교도소로 이송하게 된다. 아랍계 고아로 조직에 속한 갱도 아니고 교도소에 아는 사람도 없다. 교도소는 현재 코르시카 갱 거물인 세자르 루치아니가 장악하고 있다. 루치아니는 이탈리아계 마피아 두목 마르카지와 손을 잡고 코르시카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는데, 루치아니가 마르카지의 명령을 받는 관계로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교도소로 아랍인 레예브가 이송되어 오는데, 그는 마르카지에 불리한 파랄도 사건 재판에서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과 감형협상을 한 것이다. 마르카지는 루치아니에게 열흘 내로 레예브를 죽이라고 지시를 내린다. 시간이 촉박하고, 레예브가 감방에 틀어박혀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루치아니는 레예브가 게이이고 말리크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정보를 알아내고, 말리크를 협박하여 면도칼로 레예브를 죽이도록 시킨다. 말리크는 살해협박에 못이겨 결국 레예브를 죽이게 된다. 아랍인이 코르시카 갱의 지시를 받아 같은 아랍인을 죽인 것이다. 그리고 말리크는 그 후부터는 교도소 내에서 루치아니 갱의 말단 심부름을 하는 조직원이 된다.

말리크는 고아 출신으로 학교를 다녀본 적 없는 일자무식이다. 1년이 지나는 동안 교도소 내에서 학교 과정을 배우고, 아랍계인 리아드와 만나 친분을 쌓게 된다. 코르시카 갱단의 말단 심부름을 맡아 하면서 코르시카어도 배우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생긴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코르시카 범죄자들을 고향에서 복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치범 관련 법안을 내고, 의회를 통과한다. 그러나 루치아니와 몇 명의 부하들은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에 그 교도소에 그대로 남게 되지만, 몇 명은 가석방되고 그 이후로 코르시카 범죄자들은 그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는다. 교도소 내에서 루치아니의 부하들 숫자가 20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게 되고 아랍계 죄수들은 나날이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밖에 있는 부하들은 사고를 치고, 그의 보스인 마르카지는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 루치아니는 하루가 지날수록 수척해진다. 그는 결국 말리크를 자신의 최측근 정보원으로 삼아 다른 부하들을 감시하고 사업에 관한 중요한 일을 맡기게 된다. 말리크는 두 차례에 걸쳐 루치아니가 시킨 목숨을 건 심부름을 하게 된다. 그 중 하나는 루치아니가 이탈리아 마피아 대신 아랍계 갱단과 손을 잡기 위해 전언을 보낸 것인데, 그 아랍계 갱두목인 브라힘 라트라슈는 말리크가 전에 죽였던 레예브와 친구였고 말리크는 자동차 안에서 총에 죽을 위험에 처한다. 그 순간 도로 위에 갑자기 사슴이 뛰어드는데, 그것은 전에 말리크가 레예브를 죽이고 나서 꿈처럼 환영으로 보았던 광경이었다. 말리크는 소리를 지르고, 그 한 순간의 사건으로 인해 그는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때 브라힘 라트라슈로부터 듣게 되는 별명이 바로 영화제목이기도 한 prophet이다.



루치아니가 말리크에게 시킨 세 번째 일은 암살인데, 말리크에게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그 부분은 영화에서 일종의 반전이 담겨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정도로 감상글을 마친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충분히 긴장되고, 154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재밌게 봤다. 2010년 3월에 본 최고의 영화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에어헌터
다시 네거리에서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7개가 달렸습니다.
  1. 재밌는 작품들 구경 잘하고 갑니다.
    한주 마무리 잘하시공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 작품 소개 감사해요^^
  3. 예언자에 관한 글들 읽으면서 흥미로웠는데 보고 싶은 영화에요.
    또 한 번 읽고 줄거리 파악합니다.
    • 영화 러닝타임이 2시간 반입니다. A4 한 장 분량의 리뷰로는 영화를 백분의 1도 못담는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영화 아주 재밌습니다. 개인 취향에 달렸겠지만...
  4.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해요^^
    저도 보고 싶어 지네요. 근데 요즘 워낙 문화 실조라...
    즐거운 주말 되세요^^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