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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최고의 명대사가 있습니다. 'I see you!'입니다. 영화에선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이 하는 말로, '나는 당신의 영혼을 봅니다.'가 됩니다. 제이크 설리가 판도라 행성의 광물자원 채굴을 위해 원주민 무리속에 들어가면서, 원주민족 무당이 신의 계시에 따라 제이크를 받아들이게 되고 네이티리 공주가 제이크에게 원주민의 삶을 가르쳐줍니다. 그때 나오는 대사였습니다. 아이 씨 유! 저 또한 너무나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그 대사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영화 '시'를 보고서 비록 아바타 만큼의 수천 억짜리 화려한 영상미는 없다하더라도, 분명 그 이상의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시'는 십여 년 전에 나온 박범신 작가의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와 같은 빛깔의 영혼을 지닌 주인공이 나옵니다.두 작품 모두 '시'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우물이야기'는 시골마을에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권다툼으로 인해 사람들의 심성이 변하게 되고, 그 와중에 남편과 젊은 시절 짝사랑했던 동네 오빠가 싸움을 벌이게 되고, 주인공 여성은 간통죄의 누명을 쓰고 재판정에 서게 됩니다. 그 여인의 시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시'에서는 알츠하이머 초기증세를 보이는 60대의 여성(미자)이 간병인 일을 하면서 어린 손자를 맡아 키우는데, 중학생 손자가 집단성폭행에 가담하여 그 희생자가 자살을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미자는 생애 처음으로 시를 쓰고싶어 하게 되고 시어를 찾아가면서 세상을 진실로 바라보게 되는데, 바로 손자의 일이 그녀에게 '시'로 다가오게 되고, 그렇게 한 편의 시를 낳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작가 모두 같은 빛깔을 지닌 세상의 무언가를 자신의 방식으로 그려내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박범신 작가의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는 단편소설이고, 이창동 감독의 시는 139분에 이르는 긴 작품입니다. 보다 더 깊고 많은 내용을 영상으로 담아낼 만한 그릇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데, 특히 시를 본원적으로 파고들어가서 그것이 단지 명사와 동사로 이루어진 글자들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결국은 사람과 삶 그 자체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부분에서 '시'에 대한 김용탁 시인(김용택)의 설명이 나옵니다. '본다'입니다. 사물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세상을 진실로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니고, 피상적으로만 보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시에 대한 설명은 그 한 가지만 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주인공 미자를 따라가며 점차 그 의미가 진해지고 깊어지며 단계가 올라갑니다.
'본다'에서 '듣는다'로, 다시 '온몸으로 촉감을 느낀다'에서 사물 혹은 세상사나 타인의 경험과 자신을 일체화하는 경지로까지 승화시킵니다. 영화 라스트씬에서 미자와 어린 여중생이 일체화되어 나온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적 승화였습니다. 영화 '시'는 한번 보고나면 그 이야기가 단순해서 그냥 감동적이구나 했다가(마지막 장면에서 코끝이 찡했습니다.) 다시 더듬어 살펴보면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성폭행이 일어난 장소가 '과학실'이란 상징성 정도는 오히려 1단계 기초질문에 속합니다.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장면들만으로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깊이 바라보게 시킨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 명작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영화 '시'에서 다루고자 했던 것은) 한 사람이 하나의 평면적인 일생을 사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단 백 년의 일생을 살지만 수백 수천의 일생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는 대단히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일체화는 단지 즐거운 경험만이 아니고 고통까지 있기 때문에 감히 언급하기 어려운 경지에 이르기도 합니다. 근원적인 종교에 닿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의 '시'는 보다 소박한 선에서 과장하지 않고 배드민턴이라는 작은 사물하나만으로 잔잔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은근히 코믹한 시낭송회가 나오고, 등장인물들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에 관한 인터뷰도 등장합니다. 왜 주인공이 미자이고, 윤정희 씨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도 담겨 있습니다. 총 139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인데, 중간에 한두 번 정도까지는 따분함을 감내해야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원래 우리가 사는 실제 삶이 가끔씩 따분한데, 총 139분 중에서 단 몇 분 정도의 따분함은 충분히 참을 수 있는 관객이라면, '시'는 꼭 한번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결코 후회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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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헌터
다시 네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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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른 장작 2010.05.14 20:43 신고
    '시'라. 한 번 보고 싶네요.^^
  2.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밀양> 참 감동적으로 본 기억이 나네요.
    소설가이시라 영화의 울림이 참 크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시> 굼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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