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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개인적으로 '아저씨'란 영화에 대해서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수정보요원 출신의 한 사내가 은둔생활을 하다가 옆집의 어린 소녀를 구해내기 위해 악당을 물리친다는 줄거리. 그 노골적인 설정에서부터(이미 예전에 그런 영화들을 몇 번 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전에 '악마를 보았다'를 관람하면서 '아저씨'도 같이 볼까 하다가 악마가 다소 세기 때문에 끝나고 다른 영화를 볼 여력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었고, 이번에 '인셉션'을 보면서 영화 시간에 여유가 있기에 별 고민없이 킬링타임용으로 보았습니다. 보고 난 감상을 한 마디로 하자면, 좋네요. 무엇보다 언제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만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공들여서 만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2004년도에 덴젤 워싱턴, 다코타 패닝 주연의 '맨 온 파이어'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CIA요원 출신의 한 사내 크리시(델젤 워싱턴)는 지독한 허무와 절망에 빠져살다 멕시코의 한 가정에 경호원이 되는데, 주인집 소녀(다코타 패닝)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소녀는 조직범죄단에 의해 납치되고, 크리시가 소녀를 구해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는 실제 납치사건을 소재로 나온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두 번째 리메이크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본 사람은 '아저씨'가 개봉된다고 했을 때, '맨 온 파이어'에 영향을 받았겠거니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 정도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 설정은 오래전 '기사+어린 공주'의 이야기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맨온파이어와 다른 '아저씨'만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별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다만 특수부대 출신의 아저씨+소녀의 조합이라면, 이미 덴젤 워싱턴+다코타 패닝의 조합으로 영화가 나온 게 있는데 또 볼 게 있을까 싶은 것이죠. 여간해선 고개를 흔들게 됩니다.
그러나 별 기대를 안하고 봤던 '아저씨'의 주인공, 원빈과 김새론은 덴젤 워싱턴과 다코타 패닝의 조합을 비록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해도 충분히 한 편의 재밌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옆집소녀 소미를 납치해간 조폭은 장기매매를 하는 집단인데 홍콩영화에 자주 나왔던 조폭이나 일본 야쿠자 분위기가 더 강하게 들기도 하고 아주 잔인합니다. 태국배우인 타나용 윙트라쿨이 원빈의 상대역으로 나왔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남아, 중국 등 외국과 합작으로 영화나오는 것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아저씨'의 액션 스케일은 아기자기하지만(특히 비슷한 장르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추격씬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서), 대신 끝으로 갈수록 꽤 근사한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것만으로도 관람료가 아깝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습니다.

배우들 연기도 실감나서 보는 데 무리없었고, 특히 원빈은 역시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관객석의 여성들 입에서 감탄사들이 연이어 흘러나오네요. 대부분 옆에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 정도는 이해해줄 만큼 전보다 오픈된 분위기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원빈이란 배우는 외국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배우일 것입니다. 이건 한결같은 그 무언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대파열로 의가사 제대를 했다고 하는데, 물론 만기제대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연기자에게는 오히려 그런 것도 대단히 큰 무형의 자산이 되는가 싶습니다. 뭔가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게 있어야 그것을 연기로 뜨겁게 분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재밌었습니다. 사실은 액션오락영화지만, 감동도 있었습니다. 다분히 신파적인 장면인데도 저도 모르게 찡했던 장면이 나오네요.
똑같은 액션배우라고 해도, 가장 감성적인 킬러 역을 순위로 매긴다면 원빈이 1위는 맡아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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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에어헌터
다시 네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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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저씨 반응이 참 좋네요. ㅎㅎ
    전 아직 보지 못했지만 좋은 평들이 많아서 꼭 보고 싶어요. ^^
    옆에서 소리쳐줄 여자친구는 없지만요. ㅋ
  2. 원빈의 이번 연기는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예전 우리 형이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것과는 비교가 안되더군요. 저 역시 매우 재밌게 보았습니다.
  3. 멋있는 원빈만 기대하고 갔다가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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