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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데드>
미드 '워킹 데드'가 우리나라에서도 방영한다고 합니다. 좀비 드라마죠. 그런데 다른 면에서 이것은 아마겟돈 배경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일전에 영화 '일라이' 리뷰에서 아마겟돈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cosmolover.tistory.com/555

아마겟돈 장르는 우리나라에선 마이너에 속하긴 하는데, 이상하게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들어오면 재밌게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세상사람들을 두 종류로 나누어보기도 합니다. 전에 쓴 제 리뷰글을 인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마겟돈이란 인류문명이 멸망한 이후를 의미한다. 핵전쟁으로 한정해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본다. 아마겟돈 소재의 영화나 소설을 재밌게 여기는 사람과 재미없게 여기는 사람들. 설문도 필요없고 자신이 어디에 속했을지 알아보는 테스트도 필요없다. 인간이 오랜 세월 뚝딱뚝딱 만들어온 그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그렇게 멸망한 이후의 황량한 세상. 그 위를 홀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자기자신을 생각해볼 때 뭐가 됐든 그 느낌이나 정서가 속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아마겟돈파라고 할 수 있겠다. 별 게 다 '파'가 있다. 하여간 난 아마겟돈파다. 

바로 이런 거죠. 아래 '워킹 데드'의 한 장면입니다.
세상의 문명이 무너지면 고요함이 찾아올 것입니다. 일체의 문명 돌아가는 소리가 멈추고, 적막함이 세상을 덮치는 거죠. 아마도. 물론 세상 무너진 것을 경험해본 사람도 없고, 그냥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추측에서 그치지 않고 공상보다 몇 단계 더 세다는 상상의 세계 속으로 한 걸음 들어서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신천지가 펼쳐집니다. 눈을 한번 감았다 뜰 때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을 깨닫게 되면, 괜스레 헛기침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이 우주에 평범한 개념을 넘어선 신이 존재하는 건지 아닌지, 하여간 가끔은 눈을 감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사실적인 디테일
(안보신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씁니다.)
'워킹 데드'는 켄터키주 어느 지방의 부보안관 릭이 어느날 강도에게 총상을 입고 코마상태로 병원에 입원하게되는데, 다시 깨어보니 세상은 무너져있고 죽은 시체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좀비세상이 돼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설정은 이미 좀비장르물에선 많이 나왔던 것입니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요. 대신 '워킹 데드'에선 무시무시할 정도의 사실적인 영상미로 그것을 대체합니다. 일반 드라마가 맞을까 싶을 정도의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앞부분만 보면 과연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 보고 재밌으라고 만든 건지 의문이 들 만큼, 굳이 튀는 재미로 조바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느긋하기까지 합니다. 초반 릭이 동료인 셰인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부터 중반 이후까지는 사실적인 영상미 빼면 지루해서 못봐주겠다고 손들 사람들도 나올 만큼, 평범하게 진행됩니다. 그런데도 뭔가 이 드라마 심상치가 않습니다. 분명 첫회만 보면 이거 끝내주게 재밌다고 할 수가 없는데, 다음 2편 나오면 무조건 보고싶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잃어버린 감정묘사1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는 끊임없이 미니시리즈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외국에도 수출하고 있으며, 그만큼 드라마제작진의 수준이 적어도 아시아권에선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독특한 리뷰를 써본다는 의미로 '워킹 데드'에서 나오는 장면 중 우리나라 드라마가 잃어버린 묘사를 꼽아봤습니다.

위 장면은 액션활극 장르물을 기대한다면 전혀 재미가 없겠지만, 드라마가 잃어버려선 안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릭은 병원에서 나온 후 처음엔 세상이 무너진 것에 혼란스러워하는데, 그때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흑인 생존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부인이 좀비에 감염되었을 때, 자신의 손으로 부인을 떠나보내지 못한 것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그 사정을 알게 된 릭은 보안관 사무실에 들렀다가 구식라이플을 건네줍니다. 산탄총보다도 구식 라이플을 주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의 대화에선 일체의 설명이 안나오지만, 흑인이 릭을 노려보는 모습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함축적인 장면입니다.

현재 나오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선 이런 묘사가 거의 죽다시피했습니다. 매장면 갈등을 일일이 다 설명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심지어는 등장인물들 스스로가 자신의 속에 있는 생각을 독백조로 설명하기까지 합니다. '15세 이상가'의 드라마를 희한하게도 15세 기준으로 만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유는 매번 쓰기도 지겹습니다만, 우리나라 드라마제작진이 매주 65분 분량 두 편을 찍어내느라고 분량을 늘이려고 그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에서 웃지못할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나는 무엇무엇, 왜왜?, 어떻게어떻게? 등의 설명독백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 좋은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잃어버린 감정묘사2
릭은 부인과 아들이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에틀란타에 찾으러 갔다가 좀비떼를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됩니다. 주방위군 탱크에 숨어들어가 위기를 넘기지만, 가족이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순간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권총 방아쇠만 당기면 혼란스런 상황이 끝장나겠지요. 저 검은 실루엣에 담긴 주인공의 심리상태 묘사도 요즘의 우리나라 드라마에선 잃어버린 것들 중 하나입니다. 1주일에 생방송식으로 두 편씩 분량 때워서 찍어대느라 감독이 저런 거 연출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죠.

초반 몇 회 지나면, 그냥 드립다 쫓겨가면서 후다닥 찍어대고 끝입니다. 그래놓고 드라마 끝나면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는 식으로 인터뷰기사 내보내고 맙니다. 사실 좋은 핑계거리죠. 한드 제작진이 시간에 쫓겨서 드라마 허술하게 만든다는 핑계만큼 좋은 게 없으니 말입니다. 이게 무슨 시청자들 상대로 조삼모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1주일에 두 편씩 20부작 만드나, 1주일에 한 편씩 20부작 만드나 똑같은 것이고, 월화극 수목극 대신 월화수목 각각 다른 드라마 내보내도 몇 가지 조정하면 큰 차이 생기는 것도 아닐 듯한데, 그걸 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방송3사 중에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냐가 문제될 수 있지만, 서로 협의하면 못할 것도 없어보입니다. 시청자들을 위해서 보다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준다는 것도 있겠지만, 당장 한국드라마는 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엉성하게 망가지는 드라마제작환경을 앞으로도 계속 고집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그러는 동안 미드는 지구촌 드라마의 정상을 달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워킹 데드', 초반에 별 다른 조바심을 보이지 않고 느긋하기 이를 데 없지만,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상미가 뛰어날 뿐더러, 첫회 마지막까지 다 보게 되면 이 '워킹 데드' 제작진이 결코 지루하고 재미없는 위인들이 아니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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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헌터
다시 네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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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촌스런블로그 2010.11.07 00:52 신고
    포스트를 보니 정말 보고는 싶은데 볼수는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2. 100% 동감하면서 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어제 시사회 다녀오면서 쓴 글이 있어 트랙백 걸어들입니다.
    괜찮겠죠..?^^
  3. 이벤트를 너무 놀랍게 해서 그런지 케이블 치고는 꽤 놀라운 시청률이더라구요 ^^
    역시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네요
  4.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조잡한 세트에서 한 앵글에서 시작해 한 앵글에서 끝나는, 이젠 미국 시트콤에서조차 나오지 않는 구성을 유지하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5. 두번째 에피소드볼때 손에 땀을쥐고 봤습니다. 시체를 난도질해서 꺼낸 내장을 두루고 거리를 활보할때 숨이 막힐뻔했어요. 저두 아마게돈 쪽인가봅니다.^^
  6. 그런 환경에서도 인기가 있으면 연장 방송하는 우리 드라마죠;;

    이제 두편했지만 너무기대되네요 2시즌 기획되나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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