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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앙코르TV문학관은 '언니의 폐경'이었다. 김훈 작가의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이다. 김훈 작가가 '언니의 폐경'이란 단편소설을 써낸 것 자체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마초적인 작가가 여자의 폐경을 소재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소설은 짧지만 그 영상이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김훈 작가가 자전거 여행에서 시골 할머니를 묘사해놓은 것을 보면 그 몇 줄의 글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흙, 주름살 가득한 얼굴과 손.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반쯤 무덤이랄 수 있는 흙더미에 하반신을 묻어놓고 옅은 숨을 쉬는 그 어찌 말로 표현 못할 안타까움이 떨리게 파고들어온다. 이분 글 무서울 때가 있다.

그런데 소설을 읽었을 때의 분위기와 이번 'TV문학관 드라마'를 볼 때의 분위기가 다르다. 화면의 온도나 질감부터가 영 아니다. 그 제작진에겐 폐경이란 낱말이 그리도 가벼운 것이었을까? 남자인 나도 그게 무언지는 모르지만 단어에서 받는 느낌이 상당히 강렬하다. 드라마는 몇 분 보다가 더 볼 수가 없었다. 원작에선 언니와 동생, 두 자매가 나오는데 언니의 폐경뿐만 아니고, 언니의 말 한 마디는 물론, 언니의 침묵 자체도 언어다. 그걸 드라마로 담아낼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 언니가 한 마디 하는 대사마저도 폐경의 냄새를 드리울 수 있어야, 드라마가 된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 아쉬운 드라마였고, 리뷰로 올릴 만한 내용이 없어서 또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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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에어헌터
다시 네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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