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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을 공포의 제왕이라고 한다. 그를 쏘우의 '직쏘'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단지 무서운 게 다는 아닐 것이다. 그의 글에는 특별한 감동이 있다. 특별하다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그의 글이 처음부터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서 눈물샘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부터 '이거 아주 무섭거든!'하면서도 그 안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의 이야기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우리 자신에게서 그리 멀지 않아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고, 고개만 살짝 젖히면 바로 떠오르는 기억의 수정구 속에서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머릿속에 수정구를 하나씩 가지고 살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려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지 그 기억의 수정구 속에는 우리의 삶의 기억들이 고이 보관되어 있다. 세상에 너무 심하게 물들게 되면 수정구의 빛이 바랜다. 탁해진다. 가끔씩은 그 수정구를 꺼내서 닦아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수정구를 닦을 때 쓰는 천이 꼭 '순수'라거나 '동심'이라거나 '애절한 사랑'이라거나 하는 수채화 같은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자칫 과하게 꾸미게 되면 오히려 진실에서 벗어나 있을 때가 많다. 공포도 있다. 공포에는 거짓이 없다.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들을 몇 개 모아봤다.

1. 쇼생크 탈출
이 영화는 그 동안 mbc, kbs뿐만 아니라 케이블 채널에서도 참 지겨울 만큼 많이 방송했다. 그럼에도 그 중 몇몇 장면들은 사진만 봐도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살아있다.

쇼생크 탈출이 무슨 공포영화야?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직 은행원이 사랑하는 아내는 테니스 강사와 바람이 나고, 거기다 살인 누명까지 쓴 채 감옥에 갇힌다는 그 자체로 무시무시한 공포임에 틀림없다. 은행원답게, 탈옥이 무슨 15년 짜리 정기적금 붓듯이 이루어진다는 설정은 스티븐 킹의 장난스런 재치다. 그는 언제나 그런 설정을 즐긴다.

인간은 정말로 울타리 안에 갇혀서 길들여지는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어질 적 학교 때 뭔가 학교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터지면 학생들은 배꼽잡고 웃어댄 적이 몇 번 있다. 쇼생크 탈출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제대로 교육이라곤 받아본 적이 없는 죄수들이 '피가로의 결혼'이 울려퍼지자 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던 장면, 압권이었다. 우리가 파묻혀 살고 있는 공간의 울타리를 깨는 상황은 언제나 우리를 강렬하게 자극한다.

마지막 햇살이 부서지는 바닷가에서 낡은 어선을 닦고 있던 장면은 우리에게 단지 한 컷의 이미지만으로도 휴식을 안겨줄 수 있다. 이것이 아마도 영화가 가진 힘인지도 모르겠다.


2. 미스트
얼마 전에 나왔던 안개를 소재로 한 영화다. 안개는 어느 전원 마을에 위치한 군부대에서 모종의 실험을 하다가 이상현상이 생기는 바람에 차원의 문이 열리고,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의 공간으로 건너오게 되면서 생긴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소재는 헐리우드의 흔한 영화 소재일지 모르지만,
원작에서는 사람들이 슈퍼마켓 안에 모여서 그 돌연한 안개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이 스릴 있다. 스티븐 킹의 재치는 그곳에서 여지없이 빛난다. 소름 끼치는 한 인물을 등장 시켜, 공포 앞에 군중심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안개 속의 유다로다!"

인간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자신들의 문명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순간, 인간들은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미지의 신권에 기대게 된다. 희생의 제물을 바쳐서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려드는 이기적이고 잔악한 동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무리들, 안개보다도 인간이 더 공포스런 존재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3. 미저리

여주인공을 맡았던 케시 베이츠의 연기가 무시무시했던 영화다. 케시 베이츠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시카고 비평가 협회 여우 주연상,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까지 모조리 휩쓸었다.

극중 남자 주인공은 영화 <대부>에서 장남으로 나왔던 제임스 칸이 맡았다. 극중 이름은 폴 쉘던, 미저리는 그의 책 이름에서 나왔다.

폴 쉘던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인기 작가이다. 그는 글을 쓸 때, 인적이 드문 산장 마을에서 호텔방을 몇 달 간 빌려서 쓴다. 때는 겨울. 그는 글을 모두 탈고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글을 쓰느라 일기예보를 보지도 못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폭설이 내렸고, 그의 차는 전복되고 만다. 그리고 그를 구해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미친 간호사 애니(케시 베이츠)였다.

그녀는 폴 쉘던의 다리를 부러뜨려가며 자신을 위해 글을 쓸 것을 강요한다. 글을 다 쓰면, 자신과 함께 권총으로 동반자살하겠다는 것을 암시해가며, 폴 쉘던을 극도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두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위기를 탈출하는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모두 합해봐야 스무 명도 안 된다. 주된 인물은 단 두명. 그런데도 처음 5분 정도만 보면, 그만 멈추기 힘들 만큼 재미있다. 원작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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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에어헌터
다시 네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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