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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백만장자라면,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부와 명예를 다 이루었고, 젊고 아름다운 아내까지 있다면, 그것으로 삶이 끝일까?


돈이란 과연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없을 때에는 너무도 갈망하는 대상이지만, 있을 때에는 단지 숫자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백만이란 숫자 다음에 천만이란 숫자, 씀씀이도 커지고 부족한 것 없을 듯하지만, 문득 지나고 나서 보면 어느새 세월은 이만큼 와있고 거울 속에서 지울 수 없는 주름살로 뒤덮힌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억만장자의 괴상한 행동들은 바로 그 때문에 나오게 되는 내면의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 대사로 제법 네티즌의 감성을 사로잡은 한 마디가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더라고!"
이 말은 마초적인 냄새를 짙게 풍기기는 하지만, 하루하루를 채우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삶에서 경시하지 못할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바깥의 체감 온도를 느꼈다 싶었는데, 어느덧 지금은 밤이 되었다. 그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웠든, 지나고 보면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 그 순간엔 죽을 것같이 고통스럽다고 해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머릿속 어딘가에 기억으로 저장될 뿐이다.

가끔씩 그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그것이 내가 살아온 삶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만일 그 기억마저 조작이 가능하다면?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유전자지도를 찾아냈다는 소리가 들려온지도 몇 년이 되었고, 로봇이 일상생활에 인간의 도우미 역할을 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만일 우리가 죽을 때, 가상기억을 주입해서 우리가 살았던 그 모든 기억을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것들도 채울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고 싶을까? 아니면 비록 고통스러운 기억들이라 해도, 우리가 진실로 살았던 기억들 그대로를 품고 죽고 싶을까?

앤쏘니 홉킨스 주연의 '디 엣지'는 백만장자의 이야기다. 그는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을 다 이루었고, 또 젊고 아름다운 부인도 있다. 그는 알래스카에 갔다가 헬기가 불시착하는 바람에 오지에서 실종자가 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의 젊은 친구와 함께 야생곰의 추격을 받으며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한다. 그러나 위험은 단지 알래스카의 눈덮인 대륙과 끝없이 펼쳐진 침엽수림, 야생곰만이 아니었다. 젊은 친구(알렉 볼드윈)는 아내의 정부였고,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인간이 삶의 끝에서, 세상 끝에서 대면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다. 그가 알래스카 야생의 오지에서 찾아냈던 것은 그저 조악한 나침반 하나였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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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에어헌터
다시 네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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